꽃의 파리행

저자 | 나혜석
편집 | 구선아
출판사 | 알비
출간일 | 2019.06.14
페이지 | 228
ISBN | 979118617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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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 공감을 주는 여성과 인간으로서의 내면과

여성 예술가의 감성으로 전달하는 세련된 기록과 글을 만나다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페미니스트, 소설가, 시인, 언론인, 독립운동가 나혜석의 유람기와 글을 모은 책이다. ‘꽃의 파리행’은 나혜석의 구미유람기 중 그녀가 직접 지은 파리 여행기 부분의 소제목이기도 하다. 나혜석은 부산에서 출발하여 경성, 하얼빈, 모스크바, 바르샤바, 베른, 파리, 브뤼셀, 베를린, 런던, 뉴욕, 하와이, 요코하마 등을 거쳐 다시 부산에 돌아오기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의 구미 유람을 하였다. 유람이라고는 하지만 그 시절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이색적인 정취는 물론 도시를 관찰하고 예술사상과 사람들을 탐험한 그녀의 철학과 시선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피카소, 브라크, 마티스가 활동하던 8개월간의 파리 생활을 글로써 표현한 부분은 예술가와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미적 감각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약 100년 전의 시대를 거슬러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높은 안목과 식견, 철학으로 그녀가 보고 읽고 말하는 도시와 사람들, 자신의 감각을 깨우고 정체성을 변화시킨 한 조선 여자의 발걸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깊이와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는 세련된 기록과 문체


100년 전 여성 예술가의 눈으로 보았던 유럽과 미국

나혜석의 구미유람은 단순한 여행과 유희가 아니라 사람은, 남녀 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여자의 지위는 어떤가,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보아야 하는 것인가 등 보다 인간으로서의 감성과 예술적 사상의 갈증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100년 전 그녀가 바라본 이태리나 프랑스의 미술계, 유럽 여자의 활동과 생활, 유럽인의 생활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녀의 삶에 대한 철학과 예술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바라본 유럽이기에 오늘의 우리 또한 그의 시선과 유람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00년 전 그녀가 보고 느끼고 감상을 깊이와 내면의 울림을 전달하는 세련된 기록과 문체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예술가로서, 문학가로서, 인간으로서


시대를 넘어 자신을 삶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공감!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문학가, 페미니스트, 언론인, 독립운동가, 수원 최고 갑부의 딸 등 화려하거나 떠들썩한 수식어 보다 나혜석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은 ‘나를 잊지 않고 살아가려는 지성인’ 정도가 어떨까 싶다. 그녀의 ‘나를 잊지 않는 행복, 1931’이라는 글에는 이러한 그녀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리들의 할 일은 현실을 바로 보는 데 있고, 미래의 싹을 기르는 데 있다. 잠시라도 자기를 잊고 어찌 살 수 있으랴” 그녀가 사유하고 창작하며 생활했던 것은 앞에서 말한 화려하거나 요란스런 모습보다도 온전히 자신을 찾아가고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볼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사상과 철학은 시대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자신의 삶을 사는 이정표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시대는 변했어도 인간으로서의 사유, 고민, 불안, 창작의 원천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지은이 서문- 떠나기 전의 말
엮은이 서문- 나를 잊지 않는 행복을 찾아서

오로라의 아래로- 소비에트 러시아행
경색이 가려 한지라- 아름다운 경색의 스위스행
이상한 고동이 생기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오래 두고 보아야 화려한- 꽃의 파리행
눈 감고 고국을 그려보던 밤- 적설의 베를린행
천재의 자취를 보러- 이탈리아 미술기행
진실하고 쾌활한 영국 여성- 파리에서 런던으로
남청색 하늘 뜨거운 볕 아래- 정열의 스페인행
자유와 진취적 기상- 미국의 도시들
이로부터 우리의 앞길은- 태평양을 건너 고국으로
꽃이 바람에 떨어지듯-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

책 속으로

그만큼 동경하던 곳이라 가게 된 것이 한없이 기쁘지만 내 환경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젖먹이 어린아이까지 세 아이가 있고 오늘이 어떨지 내일이 어떨지 모르는 칠십 노모가 계셨다. 그러나 나는 심기일전의 파동을 금할 수 없었다. 내 일가족을 위하여, 나 자신을 위하여 드디어 떠나기를 결정하였다.
— 「떠나기 전의 말」 중에서

파리라면 누구든지 화려한 곳으로 연상한다. 그러나 파리에 처음 도착하면 누구든지 예상 밖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공기가 어두침침한 것과 여자의 의복이 검은색을 많이 사용한 것을 볼 때 첫인상은 화려하지 않았다. 사실은 오래오래 두고 보아야 화려한 파리를 조금씩 알 수 있다.
— 「꽃의 파리행」 중에서

유럽인의 생활은 전혀 성적 생활이라고 볼 수 없다. 더구나 파리 같이 외적 자극과 유혹이 많은 곳에서. 이들의 내면을 보면 별별 비밀이 다 있겠지만 외면만은 일부일처주의로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자유스러운 곳에 참 사랑이 있는 듯싶다.
— 「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 중에서

고야는 만년에 시력이 쇠약해지고 귀머거리가 되고 빈핍하여 판화를 묘하려고 1828년 5월에 조국을 떠나 멀리 적막한 남 프랑스 보르도Brodeaux에 우거하였다가 파란 많은 82세를 최후로 마치고 말았다. 그는 죽었다. 그러나 살았다. 그는 없다. 그러나 그의 걸작은 무수히 있다. 나는 이 묘를 보고, 그 위에 그 걸작을 볼 때 이상이 커졌다. 부러웠고 나도 가능성이 있을 듯 생각났다. 처음이요, 또 최후로 보는 내 발길은 좀처럼 돌아서지를 못하였다. 내가 이같이 감흥을 느껴 보기는 전후에 없었다.
— 「정열의 스페인행」 중에서

이처럼 내가 많은 그림을 본 후의 감상은 두 가지다. 첫째는 그림은 좋다. 둘째는 그림은 어렵다. 내게 이 감상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그림이 늘 수 없으리라고 믿는다. 그 외에 나는 여성인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까지는 중성 같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성은 위대한 것이오, 행복한 자인 것을 깨달았
다. 모든 물정이 이 여성의 지배 하에 있는 것을 보았고 알았다. 그리하여 나는 큰 것이 존귀한 동시에 적은 것이 값있는 것으로 보고 싶고 나뿐만 아니라 이것을 모든 조선 사람이 알았으면 싶다.
—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 중에서

외로움과 싸우다 객사하다/ 가자! 파리로./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나를 죽인 곳은 파리다./ 나를 정말 여성으로 만들어 준 곳도 파리다./ 나는 파리 가 죽으련다./ 찾을 것도, 만날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돌아올 것도 없다. 영구히 가자./ 과거와 현재 공(空)인 나는 미래로 가자./ 사남매 아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잘못된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였더니라./ 후일, 외교관이 되어 파리 오거든/ 네 에미의 묘를 찾아 꽃 한 송이 꽂아다오.
—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 중에서